고속성장하던 중국, 왜 '중진국 함정'에 빠졌나
중국 경제성장률은 2022년 3%, 2023년 5.2%를 기록했다.
한때 매년 10%대 성장을 지속하던 기록에 비해 급속히 낮아진 수치
3~4년 뒤엔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저성장 속 저물가, 즉 디플레이션 징후도 보이고 있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에 빠졌다.
중국의 경제 위기는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는 한국에도 큰 위험 요인이다.
경제성장이 느려지는 이유
중진국 함정이란 ?
저소득 국가가 경제개발 초기에는 빠르게 성장하다가 일정 수준에 이른 다음부터는 성장 속도가 느려져 소득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세계은행이 2006년 발표한 ‘아시아 경제발전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알려져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960년대 중간 소득 국가였던 101개국 중 2000년대에 고소득 국가로 올라선 나라는 13개국뿐이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수확체감의 법칙 때문이다.
수확체감의 법칙은 생산 요소 투입량이 증가함에 따라 추가적 투입에 따른 산출량 증가분이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중진국 함정은 중간 소득 단계에 이른 나라가 지속적 성장에 필수인 경제구조 개혁에 실패한 결과다.
경제개발 초기엔 값싼 노동력을 기반으로 저부가가치 제조업을 육성해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만큼 인건비도 비싸지고, 더 이상 저임금으로 밀어붙일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
경제가 이 단계를 넘어 지속 성장하려면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과 지식서비스산업을 발전시켜야 한다.
많은 나라가 이런 과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중간 소득에 머물거나 저소득 국가로 되돌아간다.
중국의 아킬레스건
중국이 지금 딱 그런 한계에 와 있다.
1) 우선 노동 투입에 의한 성장이 한계에 이르렀다.
중국의 인구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유엔은 2030년대가 되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지금보다 1억 명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저출산·고령화도 심각하다.
일본과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은 뒤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율 14%)에 진입했다.
그런데 중국은 1만2000달러에서 고령사회가 됐다.
2) 자본 투입에 의한 성장도 기대하기 어렵다.
중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치액은 10여 년째 연간 2000억 달러대에서 제자리걸음이다.
더구나 미국이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면서 서방 기업들의 중국 투자에 제약이 많아졌다.
부채로 성장률을 떠받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최근 불거진 부동산 부문의 위기 징후가 그런 사정을 말해준다.
3)낮은 교육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중 고졸 이상 학력자 비율은 28%로 OECD 평균 79%에 크게 못 미친다.
한국이 현재 중국과 비슷한 소득이었을 때는 고졸 학력자가 70%를 넘었다.
높아지는 한국의 4만 달러 벽
중국 경제 위기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2006년)와 3만 달러(2017년)를 잇달아 돌파하며 고소득 국가에 진입했다.
그러나 갈수록 성장세가 둔해지고 있다.
2021년 3만5000달러를 넘었던 1인당 국민소득은 2022년 3만2000달러로 뒷걸음질쳤다.
6년째 3만 달러대 초반에 머물면서 ‘3만 달러 덫’에 갇힌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나라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2005년 3만 달러를 넘어섰지만 20년이 다 되도록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였을 때 한국만큼 저출산·고령화가 심각하지 않았다.
후발 국가들에 비해 압도적인 산업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한국은 유례없이 빠른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을 뿐 아니라 여전히 많은 부문에서 선진국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중국 경제 위기 등으로 세계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앞에 놓인 4만 달러의 벽은 더 높아질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낮은 교육 수준이 경제구조를 고숙련 산업 중심으로 전환하는 데 장애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진국의 함정에 빠졌다… 중국 쇠퇴론 3가지 근거
중국이 일본처럼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FT는 지난 26일 시티그룹 보고서를 인용, “오늘날 중국은 거품 붕괴 이후 일본과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고 보도했다.
인구 감소와 주택 가격의 급속한 하락, 인프라 투자와 수출에 기댄 인위적인 성장률 끌어올리기 등이 일본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2023년 중국 인구가 61년 만에 처음으로 85만명 감소를 기록하고, 경제성장률도 세계 평균에도 못 미치는 3.0%를 기록하면서 서방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국 쇠퇴론’이 본격적으로 거론된다.
지난 40년간 고도 성장을 계속해온 중국 경제가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으며 다시는 고성장 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인구 감소의 흐름을 바꾸기도 쉽지 않다.
1980년 시작된 한 자녀 정책의 여파로 가임기 여성 숫자 자체가 해마다 줄고 있고 합계출산율도 2022년 기준 1.18로 낮은 탓이다.
위와인구연구는 “중국의 출생 인구는 해마다 줄어들어 2056년에는 연 400만명 수준인 미국에도 추월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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